근무제도 변경, 일부 위탁, 업무 효율화 골자로 1539명 감축안 공개…심야운행 폐지로 432명 추가 감축
오세훈 시장 '先 경영합리화' 주문 따라 사측 자구책 마련…김상범 사장 "힘들지만 공사로선 불가피한 측면"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직원 1500여명을 줄이는 인력 감축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공사는 그간 오세훈 시장의 선(先) 경영합리화 주문에 따라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력 감축안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자구책 마련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9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측은 8일 본사에서 열린 올해 임단·단체협상에서 직원 1539명을 감축하는 자구책을 제시했다. 공사 전체 직원 1만6000여명의 9%가 넘는 규모다. 사측은 근무제도 변경, 위탁 운영, 심야 운행 폐지 등을 골자로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구체적으로는 비숙박 근무제도 도입 등 근무형태 변경을 통해 587명, 환승역을 통합 운영해 521명을 줄이는 한편 비핵심 업무 등을 위탁하는 방법으로 431명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한 자구책으로 서울시에 제시해왔던 심야운행 폐지를 통해 432명을 추가로 감축할 수 있다고 봤다. 코로나19로 심야 연장 운행은 현재 중단된 상황이다.
사측은 여기에 임금동결안도 내놨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1조1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역시 수천억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는 1~4호선과 5~8호선을 운영했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해 2017년 출범했다. 출범 이후 2019년까지 매년 50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더욱 컸다.
이에 노조는 일방적인 제안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운송 수입이 27%나 줄어들면서 적자 폭이 커졌고, 특히 6년 째 그대로인 지하철 요금과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무임수송 등이 근본 원인인 만큼 대규모 인력 감축은 일방적인 희생이라는 주장이다.
전날 교섭에서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심각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시와 정부 그리고 공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도출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면서 "힘들지만 공사로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양해하기를 바란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노조는 "재정난의 본질을 도외시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씌우고 있다"면서 거세게 항의해 첫 교섭은 20여분만에 종료됐다. 노조는 특히 "자발적인 자구안인지 시장의 지시인지를 묻는 질문에 사측이 '시에서 더 강한 자구책을 요구했다. 외부의 눈높이에 맞춰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답했다"면서 "서울시의 압박이 컸음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김대훈 노조위원장은 "노동자를 옥죄고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조정 자구책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구조 조정안을 일방 통보하고 이를 강행할 경우 극한대립과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 책임은 시와 공사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아시아경제('21.06.0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