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녘 독립문-무악재 구간 지하터널 불꽃 ...기관사가 발견
레일 보수 때 연마작업 시행...전선케이블로 불꽃 옮겨 붙은 듯
지하터널엔 작업속도 빠르고 안전성 높은 밀링차 운영 필수
"승객-시설 안전 직결된 레일 보수에 투자 인색해선 안돼"
23일 오전 6시 24분경 서울 3호선 독립문-무악재 사이 구간 터널 내 측면에 부설된 케이블에서 불꽃이 발생, 기관사가 이를 목격해 운전실 소화기로 1차 진화한 후, 소방 당국이 출동해 완전 조치했다. 사진은 23일 오전 11시 50분경 독립문역에서 무악재 방면 선로를 바라본 모습. / 철도경제
지난달 23일 3호선 독립문-무악재 구간 지하터널에서 연기가 발생해 출근길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연기가 난 원인이 해당 구간에서 레일 연마작업 중 불꽃이 선로변 전선케이블로 튀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오전 6시 24분경 무악재-독립문 사이를 지나던 3호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전동차 기관사가 터널 선로 옆 전선케이블에서 불꽃이 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관사는 운전실에 비치된 소화기로 급히 불꽃을 껐고, 119에 바로 연락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ㆍ경찰 등 당국은 무악재역과 독립문역에 있던 승객을 역 바깥으로 대피시켰다. 또 인력 30여 명을 투입해 연기를 진화했다. 오전 7시 36분경 연기가 완전 진화되면서, 공사는 시설물 이상유무를 확인 후 8시 12분경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숫돌로 레일연마 작업 중 불꽃 튀어"...발화원인 추정
손상된 레일 표면. (=자료사진) / 사진=Linsinger社 홈페이지
<철도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3일 오전 2시부터 3시 15분까지 독립문-무악재 지하터널 하선에서 레일 연마작업을 시행했다. '레일연마'란 손상된 레일 표면을 깎거나 미세하게 자른 후 다듬는 방식 등으로 레일을 관리하는 작업이다.
레일은 열차 바퀴와 계속 접촉하면서 마모가 발생하거나, 움푹 패이는 등 손상이 생긴다. 이를 방치하면 레일의 수명이 저하될뿐만 아니라, 열차 바퀴에 피로도를 가중시킨다.
한 철도업체 관계자는 "도로도 포장상태가 불량하면 승용차 주행감이 떨어지고,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마찬가지로 레일도 주기적으로 연마작업을 해야만 열차가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꾸준하게 연마작업을 해야만 레일과 바퀴의 마모를 줄이고, 레일-바퀴 간 마찰력을 높여 열차가 안정적으로 주행하면서, 레일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숫돌연마, 화재에 취약하고 쇳가루ㆍ분진 발생도 심해 지하터널엔 부적합"
회전식(숫돌) 연마차량으로 선로 보수를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사진=송정석닷컴(www.songj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10월 공사는 '3ㆍ4호선 연마차 레일연마공사'를 발주했다. 단독응찰로 2차례 유찰된 후 'ㅍ'사와 수의계약을 체결, 11월 17일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숫돌로 레일의 표면을 깎는 방식으로 연마작업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전식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현재 국내에선 대부분 숫돌이 달린 연마차로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숫돌로 레일을 깎기 때문에 쇳가루나 분진이 많이 발생하고, 작업 도중 숫돌-레일이 마찰하면서, 불꽃이 튄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작업장에선 물을 계속 뿌려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숫돌 연마방식은 화재 위험성이 상존하고, 쇳가루ㆍ분진 등 오염물질이 다량으로 배출돼 지하터널에선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다른 방식에 비해 기계(연마차) 단가가 낮아 가장 많이 사용됐던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해외에서는 숫돌 연마방식이 선로변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화재가 날 우려가 있어 다른 기술을 사용한다. 대표적인게 밀링식이다.
밀링식은 손상된 레일을 칩(Chip) 형태로 자른 후, 레일형상의 숫돌로 정밀하게 다듬는 방식이다. 기존 연마방식보다 쇳가루ㆍ분진이 덜 발생하고, 화재가 날 위험성도 없다. 신식 밀링차를 사용하면 작업속도도 회전식에 비해 최대 30배 가량 빠르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밀링식 연마차 달랑 1대 뿐... 예산타령만 말고 과감하게 도입해야
철도공단이 도입하는 레일밀링차 주요 시스템 구성도. / 사진=국가철도공단
국내 도시철도기관 중에선 서울교통공사가 유일하게 밀링식 연마차량을 1대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기관은 밀링차가 아예 없다. 전국 고속ㆍ간선철도 등을 관리하는 국가철도공단에서는 지난해 3월 밀링식 연마차 1대를 처음 계약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간선철도에선 숫돌연마방식으로만 레일을 관리했다"며 "더군다나 숫돌연마차도 노후화되고 있는데, 이제라도 밀링식 연마차를 선택ㆍ도입한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밀링식 연마차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오스트리아 등에서 수입해와야 하는데 1대 당 가격이 150억 원 수준"이라며 "숫돌 연마차에 비해 비싸지만, 중ㆍ장기적 관점에서 볼 땐 레일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선진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로도 평소 유지보수를 할 때 포장관리에 공을 들이듯, 레일 연마는 철도 유지관리의 기본인데 너무 투자를 안한다"며 "철도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면, 직ㆍ간접적 영향을 주는게 결국 레일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선제적 연마'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신식 연마차도 조기에 도입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사는 3호선 독립문-무악재 구간서 연기가 가 난 정확한 원인을 계속 조사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유사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철도경제신문('23.01.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