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곧 회사다`라는 말이 있다. 만화 `미생`에 나오는 대사인데, 그만큼 회사 생활에서 인간관계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일이 힘든 회사라도 존경할 만한 상사를 만나면 견딜 만하다. 반면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못된 상사를 만나면 출근길이 무겁다. 이직 원인의 80%가 인간관계라고 하니 직장 스트레스는 결국 사람 스트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상사들은 왜 우리를 괴롭히는 걸까? 팀장은 왜 책임지지도 못할 업무를 꾸역꾸역 받아올까? 과장은 왜 별것도 아닌 일로 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걸까? 차장은 왜 아랫사람의 성과를 가로채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상사들 때문에 오늘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밤잠을 설친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상사들도 나처럼 초보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온갖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상사들은 업무가 적은데 월급은 많고, 스트레스도 덜할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부장, 사장의 스트레스는 그 자리에 있어보지 않고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저마다 도달해 보지 못한 곳에 대한 욕망이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뭔가를 얻고 싶은 욕구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뺏길까 봐 느끼는 공포가 7배가량 강하다고 한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몸은 조금 편하겠지만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신입사원이 느끼는 것과 성격이 다를 뿐 이들의 조바심과 불안, 초조도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중년 이상의 연배인데, 현장에 있는 상사들은 이중의 스트레스를 겪는다. 힘든 세월을 견디며 약간의 권한과 당근을 얻었지만 주어진 책임과 압박은 과도하다. 아직 안정권이라고 부를 만한 부나 명예를 가지지 못했는데 후배들은 맹렬한 기세로 쫓아온다. 여기까지 오느라 가족과는 소원해졌고, 건강은 적신호를 보내오고, 은퇴 후가 막막하지만 딱히 물러설 곳도 없다. 자칫하면 그동안 일군 것까지 죄다 허물어질까 좌불안석이다.

이런 세대의 상당수는 세련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본 적도, 배운 적도 없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몸과 마음 관리는 어떻게 할지, 의견이 충돌할 때 어떻게 조율하는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불안할 때 담배를 피우는 것, 단합을 위해 술 마시는 것 말고는 경험해본 문화가 거의 없다. 후배를 위해 어떤 길을 제시하고 함께 성장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볼 시간도 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중압감을 감당하지 못해 무턱대고 참거나 적당히 참다가 폭발한다. 그들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교육만 받았지 직장 안에선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모른 채 커버렸다. 인성 문제가 아니다. 그들도 시대가 원하는 방식에 맞춰 참으로 치열하게 살았다.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상사를 존경할 필요는 없다. 권위적이고 꽉 막힌 꼰대 상사가 싫은 건 정상 반응이다. 다만 상사를 미워하고 있는 사이에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듯, 직장인들도 은연중에 상사의 행동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싫어하는 사람의 행동방식을 나도 모르게 따라 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짧게라도 기록을 해야 한다. 메모장이나 일기장에 자신이 싫어하는 회사 구성원의 모습을 상세히 적어두길 권한다. 누구는 술을 너무 권해서, 누구는 잘난 척이 심해서, 누구는 말을 함부로 해서 싫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적어두길 바란다. 여기에 추가해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구절도 적어야 한다.

푸슈킨의 명언 `세상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말은 직장생활에도 유효하다. 상사가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성장해야 한다.


기사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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