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이나 방탈출 카페에 푹 빠진 요즘 영화도 뭔가 머리 쓰는 쪽으로 끌려서 정리해보는 포스팅. 천재들의 사건, 사고를 다룬 작품들 중 나름 재밌게 본 영화들을 뽑아봤는데 2탄까지 작성해야 할 정도로 너무 많았다. 사실 천재라는 기준을 정의하기가 애매한 탓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재미와 작품성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냐는 점이다. 단순히 천재라는 캐릭터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만 선정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참고로 지금 소개할 다섯 작품 외에 몇 가지 더 언급하자면 200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도 재밌었고,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담은 <소셜 네트워크>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소셜 네트워크>에 관해서는 앤드류 가필드 영화 추천 BEST5에서 자세히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해주길. 두 작품 모두 천재라는 키워드와 완벽하게 부합하는 영화는 아니라서 아쉽게도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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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거의 10년 전 개봉했던 영화로 청소년 케이퍼 무비의 원조격. 정확히 말하면 MIT 천재들이 라스베가스를 제패한 실화를 담은 영화이기 때문에 청소년이라기보단 젊은이 정도가 낫겠다. 요즘엔 이런 카지노 범죄 영화가 국내외로 종종 개봉해서 별다를 게 없긴 하지만 처음 <21>을 봤을 땐 꽤 센세이션했다.

MIT 졸업과 동시에 하버드 의대 입학을 앞둔 수학 천재 벤(짐 스터게스)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미키(케빈 스페이시) 교수로부터 카드 카운팅 기술과 비밀 암호를 배워 일확천금을 따는 스토리. 1990년대 MIT 천재들이 모여 블랙잭의 법칙을 간파해 라스베가스를 제패했다는 사실을 벤 메즈리치 작가가 신문에 기고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엄청난 반전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긴장감도 있고 사실 <나우 유 씨 미> 시리즈의 열혈팬으로서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사심을 담아 선정했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아메리칸 뷰티>로 유명한 케빈 스페이시의 불꽃 연기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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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



2차 세계대전 당시 24시간마다 바뀌는 해독 불가 암호인 에니그마를 풀고 1400만명의 목숨을 구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짜임 있는 플롯으로 탄탄하게 풀어낸 <이미테이션 게임>.

솔직히 스토리도 대박인데 앨런 튜링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재발견이 돋보이는 영화다. 이미 <셜록>과 <닥터 스트레인지>로 각인된 배우지만 표정, 행동, 감정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영화는 <이미테이션 게임>이 압승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디 레드메인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수상을 바랐는데 아쉬웠다.

이건 여담이지만 애플의 한입 베어먹은 듯한 로고가 독이 든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죽은 앨런 튜링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암호학의 기초와 컴퓨터 이론을 확립한 앨런 튜링이 혁신을 추구하는 애플의 이미지와 잘 맞는 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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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매치

6살에 처음 체스를 배워 13살에 미국 체스계 제패, 15살에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한 체스 천재 바비 피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사실 <세기의 매치>라고 해서 엄청나게 박진감 넘치는 체스 대결을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제는 <Pawn Sacrifice>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폰의 희생이었는지 알 것 같은.

체스의 기본적인 룰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어려움 없이 볼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작품이다. 2년 전에 개봉한 영화치곤 그때 기억이 꽤 생생한데 제목에 낚였다느니, 과대망상이라느니 온통 혹평 천지였다. 물론 나처럼 만족하면서 본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일반적인 천재들의 영웅담과는 달리 <세기의 매치>의 관람 포인트는 바비 피셔(토비 맥과이어)의 위태로운 감정선에 있다. 1대 스파이더맨으로 알려진 토비 맥과이어의 미친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는 그런 영화. 국가 간의 팽팽한 이념 대립 등 불필요한 설정을 줄이고 좀 더 체스에 집중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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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메리


천재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어메이징 메리>. 상영관이 거의 없어서 이런 명작을 조조로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이 영화에 대해선 할 말이 정말 많은데 우선 간단한 스토리를 보자면 7살 수학 천재 메리(맥케나 그레이스)에게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약속하는 삼촌 프랭크(크리스 에반스)와 메리(맥케나 그레이스)를 천재 수학자로 키우고 싶은 할머니 에블린(린제이 던칸) 간의 법적 분쟁이 주된 갈등이다.

사실 <어메이징 메리>를 보려고 마음먹은 건 마크 웹 감독 때문이지만 <어메이징 메리>를 특별히 아끼는 이유는 크리스 에반스 때문이다. 만약 크리스 에반스가 캡틴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영화에서 덕통사고를 일으켰을까. 천진난만한 천재 소녀 메리(맥케나 그레이스)와의 호흡도 정말 좋았고 크리스 에반스만의 느낌 있는 연기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이 영화에서도 마크 웹 감독 특유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감성은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500일의 썸머>의 팬이라면 <리빙보이 인 뉴욕>이 아니라 <어메이징 메리>를 봤으면 좋겠다. 참고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이어 <어메이징 메리>라니 감독이 어메이징을 참 좋아하는구나 했는데 원제는 <gifte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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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지니어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앞서 네 작품 모두 미국에서 개봉한데 반해 홀로 유유히 빛나는 태국 영화 <배드 지니어스>. 관람한지 두 달밖에 안된 나름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 기대작이자 아시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괴물 같은 영화.

천재소녀 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이 컨닝을 통해 OMR 정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학생판 케이퍼 무비로 점점 사건이 커지면서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고안하는데 과하다 싶을 만큼 긴장감을 폭발시키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완전 실화는 아니지만 국제 시험 부정행위와 관련된 사건들을 모티브 삼아 태국의 부패한 교육 시스템을 지적하고 싶은 감독이 공들여 쓴 각본이라고 한다.

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과 뱅크(차논 산티네톤쿨)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모종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급기야 그들에게 동질감까지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선생님의 일기>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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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쓰면서 느낀 건데 스토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천재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해석하고 연기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갈등으로부터 전달하는 긴장감과 박진감이 가장 핵심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영화들을 주로 선정한 것 같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 번 시간 내서 보면 좋을 만한 추천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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