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리 제임스 하베스트는 1966년 영국에서 결성된 프로그레시브 락 그룹이다. 프로그레시브 락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 밴드가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1998년 첫 번째 해산이 있기까지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락계에서 그 명맥을 유지했을 정도로 장수한 그룹이다.
이들의 음악은 때로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프로그레시브 락의 특징을 벗어나 비교적 듣는 이의 귀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오늘 소개할 Poor Man's Moody Blues는 이러한 밴드의 음악적 경향이 가장 잘 집약되어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밴드의 여덟 번째 정규앨범 Gone to Earth에는 국내 팝 애호가들의 마음을 뒤흔들만한 수록 곡들로 가득 차 있는데, 특히 오늘 소개할 작품은 1980년대 우리나라 청취자들에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 곡은 제목에서도 드러나지만 또 다른 프로그레시브 락 그룹 Moody Blues와 관련이 있는 작품이다. 물론 이들이 결성 연도로 보나 당시 밴드의 위상으로 볼 때 특별히 Moody Blues에게 경외심을 느껴서 이 곡을 만든 것은 아니다.
당시 어떤 기자가 이들을 Moody Blues와 비교하여 평가절하 하는 듯한 표현을 하자 밴드 멤버들은 이에 대해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지니게 된다. (그 기자는 이들을 가리켜 가난한 이들의 무디 블루스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이들의 음악이 무디 블루스의 아류이거나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의미로 사용한 듯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Moody Blues의 대표곡인 Nights in White Satin의 코드를 그대로 따와 오늘 소개할 이 작품을 완성하고 그 제목으로 그 기자의 평가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이 밴드의 자존심과 오기가 발현된 결과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오기의 발동이든 자존심의 발현이든, 이 작품 자체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처럼 훌륭한 작품을 통해 자신들의 자존심을 표출할 수 있을 정도라면 이들의 음악적 수준은 결코 폄하돼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