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 오·탈자, 수치 오류에 집착 말고 새로운 관점에서 보완점 제시를… 혼자 읽지 말고, 보고할 기회 줘 논리적 모순 보고자가 깨닫도록 동지 입장에서 관대하게 - 틀 잡을 땐 조언 아끼지 말아야… 직원과 다른자료 보며 역할 분담

대기업 부장 김모(45)씨는 사내에서 '공포의 빨강펜'으로 불린다. 부하 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을 때 빨강펜부터 집어 든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보고 대상으로서는 '사내 최악'으로 소문난 김 부장에게 보고를 앞둔 회사 직원들은 보고 일주일 전부터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나와 보고서를 준비해도 김 부장의 "이게 뭐야, 다시"라는 한마디면 보고서와의 밑도 끝도 없는 씨름을 또 해야 하기 때문이다.

- 보고 잘 받는 사람이 성공 확률 높아


이런 스타일의 상사들은 숲을 보기보다 나무만 보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가 전체적으로 제안하는 내용보다 오·탈자나 모호한 문구 몇 개를 고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나마 명확하게 펜으로 적어 주는 경우는 다행이다. 대개 애매한 말로 지시를 끝낼 때가 많은데, 같이 듣고 나온 사람들 간에도 정확히 어떤 의미였는지 해석이 분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리에 돌아와서 막상 보고서를 고치려 하면 앞뒤 논리가 안 맞는 경우가 많아서 보고 담당자만 홀로 속앓이를 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번 고쳐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처음 보고서와 비슷하게 될 때도 있다.

직장에서 높은 직급일수록 보고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보고를 받고 끝낸다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보고를 잘 받고 부하 직원에게 적절한 평가를 해 주는 게 결과적으로 자신의 내공을 키우고 직장 생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부하 직원들은 짧은 보고의 순간을 통해 상사에 대한 충성심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씻을 수 없는 반감을 갖기도 하기 때문에 적절한 평가는 중요하다.

- 보고자의 '적'과 '동지' 역할 절반씩 해야


보고를 효과적으로 받는 상사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적'과 '동지'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장이 상무에게 보고할 자료를 부하 직원과 함께 작성할 때 부장은 '내가 상무님이라면'이라는 가정하에 냉정하게 부족한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이것은 적의 역할이다. 그리고 좋은 보고서 작성을 고민하는 단계에서는 철저히 부하 직원과 동지가 돼 도와줘야 한다. 동지의 역할이 부족한 상사도 문제지만, 적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상사도 문제다. 동지의 역할만 강조하면 허술한 보고서가 나오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신사업 발굴 보고서를 쓸 때 관련 자료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만 만들면 전형적으로 보고자의 입장만 고려한 오류다. 상대가 B를 원하는데, 보고서 작성자가 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확보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에서 A만 만들어낸 셈이다. 처음엔 동지의 역할만 하다가 뒤늦게 이것저것 문제점을 지적하는 상사도 문제다. 처음엔 관대하게 부하 직원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틀을 다 잡게 한 뒤, 갑자기 매서운 평론가로 돌아서면 큰 그림을 망칠 수 있다.

- 보고자와 다른 관점에서 보완해 줄 필요


상사와 부하 직원 간에는 역할 분담이 적절히 이뤄져야 상호 보완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부하 직원이 재무 자료 분석에 집중할 때, 보고를 받는 상사도 같은 자료만 들여다보면 획기적으로 개선된 보고서를 만들기 어렵다. 상사가 부하가 작성한 재무 자료 분석의 틀린 점을 찾아내는 것에서만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는다면 최악이다. 이보다는 새로운 시각이나 다른 관점에서 보고서를 읽고 보완점을 제시해 주는게 필요하다.

상사들 중엔 보고를 제대로 받지 않고 "됐어, 내가 읽어 볼게"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본의 아니게 보고자가 직접 설명을 해 보며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꼴이 된다. 보고자들이 실전처럼 자신의 자료를 설명해 보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나 적절치 않은 문맥, 단어 등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보고자 못지않게 보고받는 사람도 준비해야 한다. 보고서 작성 배경은 무엇인지, 핵심 질문은 무엇인지, 그리고 의도했던 의사 결정은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 둬야 한다. 그래야 보고 내용과 미리 생각해 둔 사항들을 비교하면서 일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1.9.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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