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됐던 ‘철도통합’ 논의가 코레일과 SR, 철도공단까지 하나로 묶는 방안으로 궤도를 틀었다.


기존에 철도운영사(SR-코레일)만 합치려던 계획으로는 연이은 안전사고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건설 및 관리사(철도공단)까지 한 기관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는 오는 11월 한국철도공사와 SR(수서고속철도), 한국철도시설공단 통합과 관련한 '철도산업구조개편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이는 2018년 6월부터 추진하다가 이듬해 10월에 중단한 ‘코레일-SR’ 통합 연구용역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다.
  

文 대통령 대선 공약, 다시 심판대로


용역이 중단된 이유는 강릉선 KTX 탈선과 오송역 단전 등 한달 새 10여건의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감사원 공식감사를 받게 된 국토부가 철도기관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감사 결과는 "운영상 문제는 없었고, 구조(코레일-철도공단 분리) 문제에 관해서는 국토부가 다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도출됐다.

이를 수용해 국토부는 코레일과 SR뿐 아니라 철도공단까지 통합하는 내용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용역 결과를 제4차 철도산업기본계획(2021~2025)에 반영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단순히 운영사만 통합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있었고, 모든 철도기관을 아우르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릉선 KTX 탈선사고의 경우, 코레일-철도공단의 분리가 주된 원인으로 밝혀졌다. 건설을 맡은 철도공단이 선로 전환 신호선을 잘못 연결한 채 코레일에 운영권을 넘겨준 것이다.


코레일은 설계상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속철도를 운영했고, 2018년 12월 8일 오전 7시 35분경 강릉역발 서울행 KTX가 강릉-영동 분기점에서 탈선했다.

이번 코레일-SR-철도공단 통합 연구용역에 따라 2004년 해체된 철도청과 2016년에 분리된 SR이 다시 하나로 모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코레일-철도공단 통합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시설관리와 유지보수를 분리한 탓에 철도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추진하겠다고 못 박은 공약이다.

'더 싸고 더 빠르게'라는 명목의 경영 효율화 및 경쟁체계와, 안전과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철도사에 재등장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향이 정해졌다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이르면 내년 (용역) 결과가 나올 거고, 향후 수립된 기본계획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정치논리일 뿐 연구용역은 허울"


통합 실효성에 관해서는 찬반이 분분하다.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면 하루에 열차 52회를 추가 운행할 수 있고 연간 3100억원 이상의 수익이 증가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고수익 노선을 SR에 넘기고 정작 차량과 역사 유지관리 업무는 코레일이 맡는 '억지 경쟁' 탓에 오히려 경영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SR 측에서는 경쟁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SRT 요금이 KTX 대비 10% 저렴하게 책정될 수 있었고, 2017년 기준 SRT 이용객 1946만명이 1000억원의 고속철도 이용료를 절감했다고 반박했다.

또 SRT가 개통하자 코레일 측에서 특실 개선과 스마트폰 예매 앱 개선, 마일리지 제도, 객차 내 전원 콘센트 설치 등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했다며 ‘메기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철도협회원이자 A 대형건설사 인프라부문 기술자문위원은 "통합 찬반은 연구용역에서 밝힐 일이겠으나, 정부 성향에 따라 기관을 합치고 나누는 등 불필요한 지출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연구용역이나 전문가의 진단이 정부 입맛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이었다면 코레일과 SR, 철도공단을 나누기로 한 앞선 결과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출처 : 아주경제('20.09.0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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