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이 정말 멈출까? 부산교통공사 노동조합(민주노총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이하 부산지하철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부산광역시의 교통 상황은 지형 등의 이유로 도로(버스) 의존도가 높다. 부산의 지하철 수송 분담률은 2015년 기준으로 17.4%다. 82.6%는 버스·택시·자가용 등을 이동 수단으로 쓴다. 부산교통공사 역시 버스 정책에 대한 역할 분담은 없다시피 하고 지하철만 관장하는 상태.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도 부산지하철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2018년 부산시는 △도시철도 중심의 교통정책 수립 △버스운영개선 △대중교통 환승 환경 개선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안전 중심 보행환경 조성 등 5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와중에 총파업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니 시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부산지하철노조는 20일 임금인상 단체교섭 타결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지하철노조는 12월4일 조합원 비상총회를 거쳐 하루 뒤인 5일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에 거는 기대감이 높은 때에 지나친 처사라는 시민들의 불만이 불거질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이번 갈등에 즈음해 고액연봉 의혹이 터져 나왔다. 서울지하철 대비 임금이 높다고 부각하는 지적이 대두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극히 어려워진 고용·경제 사정 속에서 이번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도 이 같은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이른바 '신중론'이 내부에서도 대두된 바 있다. 하지만 대다수 노조원들의 속내는 이와 다르다. '본질'은 부산시와 공사가 부당하게 임금체계를 변경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어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높다. 또다른 분노 요인이 있다. 구조조정 메스를 들이댐으로써 가뜩이나 열악환 환경을 악화시키려 든다는 데 있다는 것. 결국 종합하면 부산시와 공사가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는 게 이번 초강수 카드의 배경이다.
 
부산시가 일명 '가이드라인'으로 무인운전 확대 등 구조조정, 임금인상 동결 및 성과상응보상체계 도입 등 임금체계 변경 등을 시달했다는 의혹을 부산지하철노조에서는 갖고 있다. 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고, 이를 풀어야만 부산의 전체 교통 체계와 안전성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향해 발걸음을 뗄 수 있다는 것이다.


◆Km당 인력 등 서울지하철 대비 '열악', 퇴직수당 처리 등 '악재'


그러면 이 가이드라인은 왜 논란이 되고 있나? 지난 8월부터 시작된 노사간 단체교섭이 이렇게 꼬이다 결국 중단될 정도면 부산지하철노조가 느끼는 가이드라인의 부당함의 폭과 넓이가 어느 정도인지 일견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 관계자는 "시가 공사 노무 담당자에게 통상임금 해소 등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시 임금동결을 지시해 교섭이 난관에 봉착했다"며 "공사 경영진은 노조에 시 지시사항 이행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산교통공사_1.jpg

부산교통공사 호포차량기지. ⓒ 뉴스1



지난 10월 말부터 공사 사장이 공석이어서 임단협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표면적 이유로는 풀이할 수 없는, 깊은 문제라는 얘기다. 이렇게 급격하게 임금동결 및 구조조정의 벼랑 끝에 몰릴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안전 관련 우려다. 부산교통공사 측에서 펴낸 '2017년 업무통계편람'을 봐도 현재 근로자들이 일하는 상황이 여타 지하철 대비 녹록하지 않다. 수치상으로 볼 때 대단히 열악한 상황이라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우선 인력확충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2009년 288명이 늘어 총3762명(임원 제외)이던 인원은 이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동결의 길을 걷는다. 2017년 현재 기준 3778명에 불과하다. 2017년 초 기준 부산지하철이 3426명의 현업인원을 기록할 때, 같은 시기 서울메트로는 8416명, 서울도시철도 6016명(이후 두 공사는 통합), 대구지하철은 2231명, 인천은 1250명을 기록했다.


이렇게만 봐서는 각 도시의 지하철 운행 사정이 다르니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 Km당 인력으로 공평히 나눗셈을 해 보면 인력의 여유 있고 없음이 객관적으로 비교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건에서도 부산지하철 근무자들은 고전하고 있다. 열차주행거리 1000Km당 인력을 산출해 보면 부산은 0.28,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는 각 0.43과 0.33이었다. 같은 자료에서 대구는 0.40, 인천은 0.47에 달했다.  간단히 말해 같은 일 대비 인력을 타시도 대비 적게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도 업무가 과중한데, 임금 관련 협상에서 압박을 주면서 감축 등 가능성을 타진한다면 현장에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피부로 안전 이슈를 느끼는 이들인 만큼 시민의 안전을 우선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서운함 역시 갖게 되는 것.


◆퇴직수당 누진 관련 계산법의 착시효과도 문제


운영손실 즉 공사의 적자 문제를 놓고 부산지하철노조에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도 겉으로는 타당한 듯 보여도 사실상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자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일명 '무임손실'을 계산해 볼 때에도 부산의 구조적(인구구성적) 문제가 있는데, 이를 방만운영의 적자 즉 임금 등 집행의 문제처럼 호도해서야 되겠냐는 것이다.


운영기관별 무임수송현황에서 부산은 2017년 총수송대비 26.5%를 기록한다. 서울메트로는 13.8%, 서울도시철도는 15.1%일 때 대구도시철도는 25.0%, 인천은 14.8%의 무임수송을 보였다. 이는 풀이하면 전체 승객에서 고령층 무임승객이 차지하는 비중에서 부산지하철이 불리한 출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핸디캡을 시의 교통복지와 노인복지 측면에서 톱다운 식으로 내려다 봐야지, 개별 안건을 개별 기관의 운영수익 문제만으로 몰아붙여 비용을 줄이자는 바텀업 방식으로만 압박해선 곤란하다는 것. 더욱이 이를 임금 문제를 몰아붙이는 수단으로 왜곡 사용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표면상 임금이 타조직 대비 많아 보이는 것도 부산은 2001년부터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했다. 이는 물론 근로자들로사는 적지 않은 액수의 희생이었다. 따라서 공사의 이 같은 조치 뒤에 근로자들은 이에 따른 일부 보상을 급여에 반대급부로 반영받았다. 그런데 서울지하철(메트로와 도시철도, 이후 하나로 통합)은 2013년까지 퇴직금 누진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 부산에서는 일찍이 내려놓은 퇴직금 누진제 이익을 타시도의 경우에는 10년 넘게 계속 적용받았다면 그 차이는 대단히 커지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간단히 계산해 봐도, 양자의 이익·불리의 갭이 10년 세월간 벌어질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받을 돈 중 일부 즉 이를 '퇴직금에 대한 전체 기대권'이라고 할 때 그 부분을 내려놓고 나머지 일부만 급여에 반영하는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이로 인해 외형이 다소 커진 것을 가지고 다른 논란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도 어찌보면 문제다. 이런 여러 박탈감을 전혀 모른 체 하지 말아 달라는 것 그리고 단순히 조직 다이어트로 경영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몰아붙이기를 거둬 달라는 것이 부산지하철노조의 정서다.


구시대적 가이드라인 위주의 이차원적 협상그림 대신, 안전까지 고려한 3차원 공간적 입체검토를 해달라는 주문이 과연 받아들여질까? 밀어붙이기식 협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노사협상을 해내는 공기업 케이스의 선구사례를 부산교통공사 노사가 함께 써내려갈지 주목된다.  


출처 : 프라임경제('18.11.24일자)       


  1.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