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7시 반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에서 한 남성이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이 스크린도어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강남역은 사고 조치를 완료하고 20시 27분께부터 열차운행을 재개해 양방향 정상운행 중이다.2015.8.29/뉴스1 /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News1 |
지난해 5월 일어난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의 발단은 PSD(Platform Screen Door, 스크린도어)였다. 플랫폼에 들어와있던 앞선 열차가 스크린도어 오작동으로 출발이 늦어졌다. 뒷 열차는 미처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역에 진입하다 사고를 일으켰다.
지난달 29일 2호선 강남역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는 더 직접적으로 스크린도어가 개입돼있다. 작업 중 전동차에 치어 목숨을 잃은 조모(28)씨는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거의 똑같은 사고가 2년전 성수역에서도 일어났는데도 반복됐다.
지하철 승강장 실족·자살 사고는 물론 분진이나 소음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2004년 도시철도 스크린도어 설치법령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2010년 서울 지하철 모든 호선·역사에 스크린도어 설치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완료했다.
이후 전통적인 형태의 승강장 사고는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열차 기관사와 설비관리자 등 지하철 노동자의 업무강도와 재해 위험도 상승, 스크린도어 오작동에 따른 안전사고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사고를 막으려고 설치한 스크린도어가 새로운 사고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관계자들은 스크린도어 도입 초기의 잘못된 사업 추진방식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영세업체가 난립해 주먹구구식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처음 설치한 업체가 도산하거나 부품 생산이 중단되는 경우도 이어져 지속적 관리가 불가능했다. 2012년 서울도시철도공사는 해당 면허가 없는 업체와 스크린도어 물품제작구매 계약을 맺었다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는 등 부적격업체와의 거래도 적지않았다. 스크린도어 오작동이 잦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가뜩이나 기초부터 문제가 많았던 스크린도어를 유지·보수하는 업무 역시 부실했다. 서울메트로는 2008년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가 경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창의혁신프로그램'에 따라 분사·외주화, 인력 감축 등을 뼈대로 하는 경영혁신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서울메트로는 직접 관리하던 스크린도어 유지업무를 분사해 설립한 'E'사에 넘겨 지금까지 위탁을 주고 있다. 당시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관리 업무와는 별 상관이 없는 정년을 앞둔 역무직 직원들을 분사한 회사로 대거 내보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외주업체는 최저낙찰가제도에 맞춰 낮은 단가로 운영하면서 이윤을 최대화하려다 보면 서비스에 대한 투자 여력을 갖기 어렵다. 참사를 부른 강남역 사고는 2인1조 근무가 제대로 됐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것 역시 비용 문제로 고질적인 인력 부족을 해소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동차 운행시간에 스크린도어 보수작업을 하면 위험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최소한 안전을 확보하려면 전동차의 진출입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관제실과 정비업체와의 원할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관제는 자체 관리, 정비업무는 외주화돼있다보니 체계적인 대응이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서울메트로와 달리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스크린도어를 직접 관리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과 업무 과부하로 증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현재 상태로 계속 외주로 운영하면 사고 위험성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며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통합 논의 진행 과정에서 스크린도어를 포함한 안전관리체계의 보완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