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감사…'친인척 채용비리' 계기 / 불공정채용 비정규직도
정규직化…'無평가' 정규직 전환방식 문제 / 서울시, 감사결과 반박 "재심의 요구"
정부는 30일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후속조치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재직자의 친인척이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2017년 이후 정부 및 서울시 정책에 따라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대거 확인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친인척의 추천이나 청탁으로 면접만 거쳐 채용되는 등 '불공정' 경로를 통해 입사한 사람까지도 여과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국감에서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0월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공익감사를 청구해 이뤄졌다. 감사 대상에는 의혹이 제기된 기관 가운데 정규직 전환 규모가 큰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도 포함됐다.
감사 결과, 5개 기관의 정규직 전환자 3048명 가운데 10.9%(333명)가 재직자와 4촌 이내 친인척 관계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일반직 전환자 1285명 중 14.9%(192명)가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였다. 여기에 자회사 재직자와 최근 10년간 전적자(퇴직 후 위탁업체 등에 취업한 사람), 최근 3년간 퇴직자까지 포함하면 이들과 친인척 관계인 일반직 전환자는 19.1%(246명)에 달한다.
나머지 4개 기관의 경우 정규직 전환 완료자 중 재직자 친인척 비율이 인천국제공항공사 33.3%(2명), 한국토지주택공사 6.9%(93명), 한전KPS주식회사 16.3%(39명), 한국산업인력공단 4.3%(7명)이었다. 앞서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무기계약직 제로(0)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은 비정규직(기간제, 파견·용역)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지만, 서울시 정책은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독자적인 정책이다. 무기계약직과 일반직은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 기간에 차이가 없지만, 임금이나 승급체계 등 처우가 다르다.
이들 5개 기관의 정규직(일반직) 전환자 가운데 해당 정책이 발표된 이후 입사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애초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상당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각 기관이 불공정한 채용 과정을 통해 고용됐던 사람들이나 근무태만자 등 부적격자마저도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해준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기존 직원의 추천으로 면접만 거쳐 채용된 친인척 등 45명, 아무 평가 없이 채용된 사망 직원의 유가족 1명 등 46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했다. 또한 2016년 서울교통공사가 위탁업체 직원을 직접고용하는 과정에서 위탁업체 청탁 등을 통해 불공정하게 채용된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 총 15명인데 이중 퇴사한 1명을 제외하고 14명이 모두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장에게 인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해임 등 조치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과정 문제 지적에 서울시 "동의 못해…재심 청구"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일반직 전환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구체적 위법성이나 명확한 부당성의 사실관계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면서 재심의를 청구하기로 했다.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30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의혹 감사원 감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감사원과 서울시에 따르면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정책 시행방안 수립이 부적정하고 일반직 전환 업무도 부당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는 감사원의 지적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시는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 중 일반직 전환과 관련된 서울시의 시행방안 수립 부적정에 관한 지적과 서울교통공사의 일반직 전환 업무 부당 처리에 대한 지적은 잘못된 사실관계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시대적·역사적 과제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반한 것"이라며 "공사의 정규직 전환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한 부분에 대해 깊은 아쉬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는 ▲민간위탁업체의 이사나 그 노조위원장에게 청탁해 민간위탁사에 불공정한 경로를 통해 15명 입직 ▲또 다른 46명이 불공정 경로로 입직 ▲일반직 전환자 중 징계 처분자 등까지 일반직 전환 ▲7급보의 7급 승진 기간동안 결원 발생 시 기간제를 퇴직자 우선으로 채용 등에 대해선 "구체적 위법성이나 명확한 부당성의 사실관계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는 감사원이 '민간위탁업체의 이사나 그 노조위원장에게 청탁해 민간위탁사에 불공정한 경로를 통해 입직했다'고 지적한 15명에 대해선 "정당한 과정을 통해 정규직화 됐다"며 "시는 2016년 5월28일 구의역 사고 이후 같은 해 6월15일 지하철 안전업무 직영전환 계획을 통해 민간위탁사의 안전업무직 직영화를 발표했다.
감사원에서 불공정한 경로를 통해 입직한 사례로 제시한 15명은 그 이전에 민간위탁사에 입사한 직원이다. 특혜 대상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위탁사 친·인척 대상자 21명 중 채용면접 과정을 통해 15명만 채용되고 6명은 탈락되는 등 정당한 채용절차를 통해 공사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단지 공사 직원의 친·인척이라는 이유 자체가 불공정이 될 수는 없다.
명백한 법령 위반 등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 국가인권위원회법, 고용정책기본법에 따라 평등권 침해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시는 불공정 경로 입직의 또 하나의 사례로 지적한 46명과 관련해선 "지난 1995년~2006년 채용돼 기간제로 근무해온 직원들이다.
일반직 전환 과정의 문제는 없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이후 무기 계약직, 일반직으로 단계적으로 전환됐다. 이 전환은 법 위반이 아니고 채용과정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는 "단지 감사원이 무기 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데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하면서 이를 불공정으로 판단했다"며 "서울시는 무기 계약직이라는 제도 자체를 없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고자 했는데 감사원은 그 정책판단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는 또 일반직 전환자 중 징계 처분자 등까지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부분에 대해선 "공사의 일반직 전환은 불합리한 노동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무기 계약직을 일괄 정규직화 한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징계처분자의 비위정도가 정규직 전환과정에 있어서 제외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징계를 인사관리에 반영하는 등의 조치는 별건으로 하더라도 공사 노사협의에 따른 징계처분자의 일반직 전환자체가 위법의 문제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는 7급보의 7급 승진 기간동안 결원 발생 시 기간제를 퇴직자 우선으로 채용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일반직 전환과정에서 합리적인 차이를 두기 위해 3년 미만 경력자를 7급보로 운영해 7급으로의 단계적인 전환을 추진했다.
7급보가 해소되는 기간 동안 정년퇴직 등으로 발생하는 인원 결원에 대해선 안전 업무 공백이 없도록 6개월~최대 1년간 기간제로 공개채용 했다. 시는 "일반직 7급으로 신규 채용할 경우 기존 7급보와 직급 역전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경영상의 합리적인 판단과 노사합의로 이루어진 사항이다.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채용과정에서 경력, 기술력, 철도면허 등 안전 업무에 필요한 자격을 요구함에 따라 외부 응시자보다 안전업무에 근무한 퇴직자가 다수 채용된 것이지 퇴직자를 우선으로 채용하기 위해 특혜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는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문제라고 지적한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재심의를 청구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서울교통공사에 친·인척 채용비리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해 주긴 했지만 일반직 전환 과정을 지적하는 내용도 대거 포함됐다"며 "서울교통공사는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외주화했던 직군 종사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하면서 채용절차를 거쳐 이미 선별했고
일반직 전환은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해 정년이 이미 보장된 무기계약직을 차별을 없애는 차원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한 절차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은 자의적 판단으로 일반직 전환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했다"며 "서울시는 정작 친·인척 채용비리는 안 나왔지만 일반직 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채용비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출처 : 세계일보('19.9.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