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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 겪는 공무원 사회

의욕 잃는 후배세대
"손 놓고 구경하는 상사들 결국 우리가 일 다해도
수백만원 연금은 이들 몫"

섭섭한 선배세대
"신입들 유능하다지만 일 시키면 귓등으로 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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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잘 타고 조직 커지던 때 쉽게 들어온 선배들이 '몸바쳐 일하면 다 보상이 있는데 왜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느냐'고 해요. 쓸데없는 데이터만 생산하고 보고서 글씨체 수정을 일이라고 시키는데…. 차라리 일반기업 다닐 걸 그랬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윗자리는 한정돼 있고 선배들은 줄 서 있고…. 공무원 시험 합격했을 때 사명감은 사라진 지 오래예요."

8급 공무원 A씨의 원색적인 하소연이다. 대학 3학년 때부터 꼬박 4년을 공부한 그는 300대1 경쟁률을 뚫고 2014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A씨 동기 중 20%는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다.

동기들끼리 맥주 한잔 기울이는 날엔 "(선배들이) 우리 때면 들어오지도 못했을 거면서…" 따위 한탄이 쏟아진다고 한다. "과장이 하이픈(-) 입력을 못 하겠다며 도와달라고 한다", "본인은 야근 핑계대고 대학원 논문 쓰면서 정작 자기 일 떠안긴 나한텐 퇴근 갖고 뭐라고 한다", "아예 결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

공직 사회 내 세대 갈등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날로 치솟고 젊은 세대에서 공직이 '신의 직장' 중 하나가 되면서 이들과 선배 세대의 온도 차가 갈수록 커진다.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던 1980년대 들어온 선배들과 요즘 들어오는 고스펙·고학력 후배들의 업무 능력 격차 때문에 갑갑하다"고 호소하는 일부 신입 공무원들도 있었다. 지난 7월 있었던 서울시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평균 82.5대1이었다.

A씨는 "왜 나라고 처음부터 열정이 없었겠느냐"며 "나도 내 업무를 더 잘 하고 싶었고 잘못된 관행도 바로잡고 싶었다. 막상 일을 해보니 위에선 '저번에는 어떻게 했느냐. 그대로 하라'고 지시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 들을 의지가 없다"고 단정했다. A씨는 "결국 정년 채우며 웰빙하는 게 답이라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젊은 공무원들이 편한 보직을 찾는 분위기도 뚜렷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핵심 업무를 맡는 경제정책국은 공무원들 사이에서 지난해 선호도 5위에 그쳤다.
젊은 공무원들의 의욕 상실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는 연금에 있다. 2015년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면서 현재 젊은 공무원들은 선배 세대만큼 연금을 받기 힘들 전망이다. 이를테면 2016년 임용된 7급 공무원은 개혁안 적용 후 연금 첫 수령액이 96만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1996년 임용된 공무원 예상 수령액이 210만원인 것과 대조된다. 게다가 2033년 이후 퇴직자는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65세로 늦춰진다. 이런 현실이 고스란히 박탈감이나 선배 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공기업·공공기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 한 공공기관 5년차 직원 B씨는 "조직 내 보신주의·온정주의가 숨통을 조인다"고 했다. 그가 몸담은 기관은 공채 시험이 도입된 지 10년쯤 됐다. "공채 도입 전에 들어온 선배 중엔 인맥으로 들어오거나, 심지어 아르바이트하러 왔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어요. 업무량 자체보다는 '한글 문서에 그림 파일을 넣어달라' 같은 단순한 지시가 정신적 고통을 줍니다. 요즘 시대에 오피스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해도 자리를 보전하는 데 무리가 없는 거죠. 만년 차장·과장은 모두 업무에 손 놓고 있고, 결국 팀장 하나와 대리 한두 명만 일하는 구조가 됩니다. 아무리 안정성을 바라보고 들어온 곳이지만 그 가치와 맞바꾸는 게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B씨는 현재 사기업으로 이직을 준비 중이다.

젊은 공무원들과 함께 일하는 상사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50대 공무원 C씨는 "아무리 유능한 신입이 많다고 하지만 함께 일하는데 '자를 테면 잘라 보라'는 식으로 업무 지시를 귓등으로 흘리면 자존심 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일단 조직에 처음 들어왔으면 공무원 조직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신입 공무원일 때는 민간기업보다 근무 여건이 열악했지만, 현재 신입들은 신의 직장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한 4년차 공무원에게 조직 내에서 닮고 싶은 선배나 존경하는 상사가 있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용감하게 사표 낸 선배요. 조직 문화에 문제가 있는 걸 알아도 어차피 바꿀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 커요. 다들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제껏 공부한 것도 아깝고 더 나은 일자리도 없는 것 같기 때문이죠. 월급 타며 내 생활 즐기며 살다가 10~15년 넘어가면 저도 선배들처럼 그럭저럭 적응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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