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공사, 작년 무임수송 손실만 2784억원
정부 지원ㆍ기본운임 인상 등 요구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65세 이상 무임승차가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사 안팎에서는 무임수송에 대한 손실을 정부가 보존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공사에 따르면 공사 당기순손실은 △2017년 5254억원 △2018년 5389억원 △2019년 5865억원을 기록하는 등 5000억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 1조1137억원으로 2배가량 폭등했다. 지난해에는 96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무임수송 손실은 △2017년 3506억원 △2018년 3540억원 △2019년 3710억원 △2020년 2643억원 △2021년 2784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에만 전체 손실 중 30%가량을 차지했다. 공사 측은 “환승ㆍ무임수송 등으로 말미암아 지하철 운행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사 직원 이모씨는 “노인분들 특성상 한 분이 카드를 찍고 여러 명이 줄지어 개찰구를 통과하는 일이 잦다”며 “전수조사를 하면 무임수송 손실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900만명을 넘어섰고, 2025년이면 국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공사 재정난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공사가 안전문제 해결에 먼저 예산을 투입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 위험은 상존한다.
공사 노동조합 측은 “1년여 사이에 1호선 전동차 급제동ㆍ불량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불안에 떨며 최대한 조심하고 있지만, 언제 승객 안전문제로 이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사 적자 문제는 직원들 근무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동차 승무원은 야간ㆍ새벽 운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휴게실이나 침실 등을 필요로 하지만, 예산 부족 문제로 여성 휴게실이나 세면장이 없는 역사가 있다.
노조 관계자는 “여직원 비율은 점점 느는데, 시설은 그에 따라가지 못해 여직원들이 역사 내에서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 근무를 하는 등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에서 세수를 해야 한다든지 등의 불편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시설물 보수다. 공사에 따르면 호선별 1∼11월 서울 지하철 이용객은 △2020년 12억1471만명 △2021년 11억9927만명 △2022년 13억1446만명을 기록하는 등 매년 10억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ㆍ퇴근 시간 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예산이 부족한 공사는 역사 확장 등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어 시민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고척돔 인근에 조성된 구일역에는 야구 경기가 있는 날마다 많은 인파가 모이지만, 막상 구일역은 출구가 2개뿐인 작은 역사라 시민들이 안전 문제에 노출돼 있다. 노사 모두 코레일 수준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에 따라 무임수송 손실 보전 비용을 지원받는다. 코레일은 2019년에만 보전율 67.7%에 달하는 1588억원을 지원 받았지만, 공사는 중앙정부로부터 무임손실에 관한 손실보전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사 재정난 원인으로는 낮은 기본운임도 거론된다.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필요한 수송원가는 매년 증가했지만, 기본운임은 2015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책정된 이후 지금까지 동결 상태다.
송시영 공사 올바른 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수송원가가 1인당 1988원이었는데, 아직도 요금은 1250원”이라고 지적했다. 공사 내부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고를 더 유치하는 등 공사 인프라를 이용한 수익 다각화 사업에 발전이 없다는 것과 2018년 무기계약직 1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재정악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 위원장은 “2018년 무기계약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식당인력, 이발사 등 없던 직렬이 생겼다”며 “전체 모수가 늘어난 탓에 인건비 지출도 증가, 공사 재정에 영향을 끼쳤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많은 기업이 공사에 광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내부적인 개선책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무임승차하는 어르신들에게 500원이라도 받자”, “요금을 200원이라도 올리자”, “서울지하철 지원에 국고를 쓰면 지방 사람들은 무슨 죄냐”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공사는 기본운임 100원을 올리면 1000∼1500억원의 적자 개선이 있을 것으로 분석해 최대 250∼500원 내외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출처 : 대한경제('22.12.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