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한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시로부터 빌린 시 재정투융자기금 3000억의 상환 연기를 시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가 시투기금의 상환 연기를 요청한 것은 구 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통합됐던 2017년을 제외하면 처음 있는 일이다. 무임승차 손실분의 국비 지원이나 지하철 요금 인상 논의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코로나19로 올해 운수 수입 전망도 좋지 않아 공사가 재정적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공사는 다음달 15일에 만기가 도래하는 시투기금 차입금 3011억의 상환 기일을 미뤄줄 것을 시에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공사는 당해 수입 및 지출 정산에 따른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시투기금을 통해 3000억원을 빌렸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연간 5000억 규모의 만성 적자에 시달렸던 공사는 매년 시투기금을 빌려 적자 폭을 줄이고, 다음해에 갚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용해왔다. 공사가 서울시로부터 빌린 시투기금은 2018년 700억, 2019년 1740억, 지난해엔 3000억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공사가 `상환 연기`를 요청한 것은 코로나19로 운수 수입 감소 여파가 올해에도 계속돼 재무 상태가 상환액을 감당하기 역부족이어서다. 2021년 서울교통공사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공사의 재정수지는 8295억 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적자 산정액도 공사 수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운수 수입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수준을 기록한다는 가정 하에서 도출됐기 때문에 실제 적자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여기에 연간 3500억 정도의 무임수송 손실분의 국비 보전, 서울시의 지하철 요금 인상 논의도 진척이 없어 적자의 근본 원인 해소도 불확실하다는 전망이다. 공사로서는 만기 3개월 짜리 단기 차입금인 시투기금 융자금도 갚기 어려울 정도의 `재정적 난관`에 봉착해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공사의 상환 여력이 남아있는 지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청이 온 것은 맞지만 공사의 재정 상황과 상환 여력 여부 등을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연기 여부를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사는 지방공사채 발행 기준 완화도 시와 함께 행정안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행안부의 지난해 `지방공사채 발행운영 기준`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은 정관에 규정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단순히 빚을 갚기 위한 채권 발행은 현행 기준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공사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무임손실 국비 지원이나 요금 인상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투융자기금 만기까지 나올 가능성이 낮다"며 "상환 연기 요청과 공사차 발행 기준 완화 건의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출처 : 매일경제('21.01.06일자)